이은지
Lee Eunji
행인주역영화
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. 내가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이라면 그냥 행인 1 정도 역할이려나? 아니, 행인 1도 아니고 23 정도려나. 삶은 지루하다. 반복적이다. 이 작품은 삶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특별하지도 않고,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다. 기승전결도, 특별한 주인공도 없는 이 영상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오직 그저 길을 걸을 걷는 행인뿐이다.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주인공이다.
그저 발을 떼었다 붙였다, 팔을 앞뒤로 휘적거렸다가, 눈을 깜빡이기만 해도 자신이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. 모두가 제 삶의 주인공이길 바란다. 이 영상에서처럼. 세상 모든 행인이자,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온전히 주인공인 우리 모두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.